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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레드벨벳 멤버 아이린(29·본명 배주현)의 갑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이럴 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린의 태도에 대해 폭로한 패션에디터 A씨의 SNS글에 같은 업계 종사자들 다수가 ‘좋아요’로 공감을 표현했다. 에디터, 포토그래퍼, 백댄서, 매니저 등이 이러한 소문을 익히 알고 있다는 댓글을 달았다.

모 잡지사 에디터는 “그렇게 광고현장에서 모두를 노려보고 짜증내고 소리친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한번은 사단 날 줄 예상했다”고 말했다. 다른 종사자 역시 “그 친구 때문에 그만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라며 동조했다.

아이린은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어리석은 태도와 경솔한 언행으로 스타일리스트 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아이린은 “제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함께 노력해주신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는데 성숙하지 못한 행동으로 큰 상처를 드린 점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라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더욱 신중히 생각하고 행동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역시 “이번 일에 책임을 통감하며, 앞으로 함께 하는 모든 분께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공식입장을 냈다.팬들의 충격은 가시지 않고 있다. 사과 이후 지워진 폭로글에서 A씨는 아이린에 대해 “가까운 이들에게서 검증된 인간실격, 웃음가면을 쓰고 사는(난색으로 유명하지만) 꼭두각시 인형, 비사회화된 어른아이의 오래된 인성 부재. 최측근을 향한 자격지심과 콤플렉스. 그 모든 결핍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멍청함. 처음 본 사람에게 바닥을 그대로 노출하는 안하무인”이라고 표현했다.

A씨 역시 아이린에 대한 소문을 언급했다. 그는 “그녀를 만나기도 전에 전해들은 이야기만으로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는데 오늘 그 주인공이 쏜 전기침에 쏘여 말을 잃었다”면서 “15년을 이 바닥에서 별의별 인간들을 경험하고는 인생사에 무릎을 꿇었다고 생각했고 이제 거진 내려놓았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낯선 방에서의 지옥같은 20여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완벽히 인사는 생략, 의자에 앉아 서있는 내 면전에 대고 핸드폰을 손에 끼고 삿대질하며 말을 쏟아냈다”면서 “혀로 날리는 칼침을 끊임없이 맞고서 두 눈에서 맨 눈물이 흘렀다. 사람 대 사람으로 사과를 받고 싶었지만 그냥 사라졌다. 혹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몰라 녹취를 했다. 그녀를 향해 행동을 취해야 겠다”고 예고했다
불펜투수가 한 이닝에 51개 공 던지게 두는 건 명백한 혹사

[이준목 기자]

이미 기울어진 승부, 계속해서 난타를 당하고 있는 투수. 하지만 벤치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투수 교체 조짐은 보이지 않았고, 감독 혹은 코치의 다독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허허벌판의 사막 위에 홀로 선 사람처럼 투수는 외로워보였다. 야구팬들이 이런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두산 베어스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의 경기에서 5-17로 완패를 당했다. 경기 중반까지 1-3으로 끌려가던 kt는 6회와 8회 각각 8득점을 뽑아내는 두 번의 빅이닝을 연출하며 두산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프로야구 막내구단 kt는 이날 승리로 창단 이후 첫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짓는 기쁨을 누렸다.

5위에 머무른 두산은 이날 졸전끝에 완패한 것도 모자라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장면까지 남겼다. 문제는 8회초에 발생다. 두산이 3-9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섯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강률은 kt 선두타자 조용호를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시켰지만 침착하게 아웃카운트를 2개까지 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2사 1루에서 유한준의 안타를 시작으로 kt의 방망이가 매섭게 터지기 시작했다. 장성우-강민국-배정대-송민섭-심우준이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김강률을 무참하게 흔들어놓았다. 여기에 홍현빈의 볼넷과 황재균-강백호의 연속 안타, 정주후의 볼넷까지 이어지며 김강률은 무려 10연속 출루라는 진기록을 허용했고, 점수는 3-17까지 벌어졌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김강률이 난타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강률은 결국 14번째 타자였던 대타 허도환을 간신히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겨우 악몽의 8회를 끝낼 수 있었다.

불과 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김강률은 8피안타 2볼넷 1탈삼진으로 무려 8실점을 내줬다. 그나마 김강률의 자책점으로 기록된 점수는 없었다는 게 작은 위안이었다. 이날 김강률의 투구수는 무려 51개나 됐고, 8회초 한 이닝을 끝내는 데만 경기시간은 약 20분 넘게 소요됐다. 겨우 이닝을 마치고 고개를 숙이며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김강률의 표정은 안쓰러울만큼 굳어있었다.
▲ 지난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경기 시작 전 두산 김태형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형 감독은 왜 김강률을 그대로 방치했을까. 이미 사실상 승기가 넘어간 경기에서 투수력 소모를 방지하기 위해서? 이날 엔트리에 등록된 두산의 불펜투수 자원 중 이미 김강률에 앞서 등판한 투수들(이승진, 홍건희, 김민규)을 제외하면 박종기, 권휘, 채지선, 배창현, 이현승, 박치국 등이 아직 남아있었다. 여기서 필승조로 분류되는 선수는 이현승과 박치국 정도였다. 박치국이야 불과 이틀 전인 20일 롯데전에 구원등판하여 1이닝을 소화했지만, 5일 전인 17일키움전 0.1이닝이 마지막 등판이었던 이현승은 투구감각 점검 차원에서라도 기용할 수 있었던 카드였다.

권휘, 채지선, 박종기는 어차피 추격조로 자주 활용된 선수들이고 직전 등판 이후 약 일주일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않아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다. 아니면 이날 전까지 1군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던 배창현같은 선수에게 더 빨리 기회를 줄 수도 있었다. 실제로 김태형 감독은 김강률이 내려간 이후 9회에는 배창현(0.1이닝)과 권휘(0.2이닝)를 내세워 마지막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렇다면 김강률을 방치해서 얻는 이득은 도대체 무엇일까. 부진한 경기력에 대한 문책성? 두산은 이날 김강률만이 아니라 팀 전체적으로 졸전을 펼쳤다. 여기에는 선수들의 집중력만이 아니라 벤치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kt에게 6회초 8실점의 빅이닝을 허용했을 때부터 경기는 넘어간 상황이었다.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 유희관을 내리고 난 후 두산 벤치의 한 박자 어긋난 투수교체와 불펜 운용은 철저히 실패로 돌아갔다. 이날 패전투수가 된 이승진이 영점을 잡지 못하고 헤메고 있을 때는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라가 다독여줬음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결국 4실점(4자책)을 허용한 뒤에야 뒤늦게 홍건희로 교체했으나 이미 흐름은 kt로 넘어간 뒤였다.

김강률이 등판한 8회의 경우 투수도 부진했지만, 그 이전에 야수들이 저지른 2개의 실책이 아니었다면 무실점으로 끝날수도 있었다. 8실점 중 김강률의 자책점으로 기록된 점수가 없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두산 벤치는 이승진 때와 달리 김강률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대응도 하지 않았다.

선수에게 자극을 줘서 스스로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김강률은 성인 프로 선수이고, 1군 무대에서만 벌써 9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30대의 베테랑이다. 이런 식의 대우는 선수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행동이다. 어차피 완패한 경기니까 코칭스태프도 그저 자포자기해서? 아무리 패한 경기라고 해도 투수개인이 소모품이나 희생양이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불펜투수가 한 이닝에 무려 51구를 던지는 상황에 놓이게 뒀다는 건 명백한 혹사다.

경기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선수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관리는 어떤 이유에서라도 꼭 지켜져야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무당층 총선 후 최대치, 국민의힘도 소폭 하락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동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당에서 빠진 지지율을 야당이 흡수하지는 못했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소폭 하락했으며 무당층은 총선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3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20~22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4%포인트 하락한 43%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3%포인트 상승한 45%였다. 일주일 만에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른 것이다. ‘어느 쪽도 아니다’라는 응답은 5%, 모름‧응답거절은 6%로 나타났다. 

직무 수행 긍정 평가 이유로는 ‘코로나19 대처’가 32%로 가장 많았고 ‘전반적으로 잘한다'(6%), ‘최선을 다함·열심히 한다'(5%), ‘복지 확대'(5%) 순이었다. 반면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14%)이 가장 많았으며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11%), ‘전반적으로 부족하다'(9%) 등이 뒤를 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와 정당 지지도 ⓒ 한국갤럽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와 정당 지지도 ⓒ 한국갤럽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3%포인트 내린 35%로 집계됐다. 이는 부동산 정책 논란으로 지지도가 급락했던 8월 2주차(33%) 조사 이후 최저치다.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데에는 라임‧옵티머스 사건 여권 인사의 연루 의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 속출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FX시티

한편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포인트 하락한 17%를 기록했다. 정의당 6%, 열린민주당 4%, 국민의당 3% 순이었다.

무당층은 지난주보다 3%포인트 오른 34%로, 지난 4월 총선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연령별 무당층 비율은 20대에서 57%로 가장 높았다.

해당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강팀의 면모는 위기 속에서 빛난다. 에이스 박혜진의 부상 공백 속에서도 1위를 사수하고 있는 아산 우리은행이 보여주는 모습이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개막 전부터 앓는 소리를 하지만 항상 좋은 결과를 낸다고 해서 ‘양치기 소년’, ‘엄살 장인’으로 불린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위성우 감독은 높이의 열세를 꼽으며 3위를 예상한다고 앓는 소리를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위성우 감독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리고 우리은행은 개막 후 열흘 넘게 지난 KB국민은행 Liiv M 2020~21시즌 여자프로농구(WKBL)에서 순위표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이 순위표가 뜻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은행이 또 한 번 위기를 극복하고 강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증거다. 위성우 감독의 앓는 소리를 마냥 엄살로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건 개막전부터 박혜진이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이었다. 족저근막염 증세로 지난 10일 청주 KB스타즈와 개막전에서 불과 1쿼터 시작 4분45초 만에 벤치로 물러난 박혜진은 그 후로 계속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11월 휴식기 전까지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위성우 감독의 설명이다.

지난 시즌 MVP이자 팀의 중심인 박혜진이 코트에 없다는 건 우리은행에 치명적인 일이다. 외국인 선수 없이 치르는 올 시즌은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더욱 중요해졌는데, 최은실도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리그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박혜진마저 이렇게 되자 위성우 감독의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개막전에서 우승 라이벌 KB를 잡아낸 것도 모자라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최악의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든 강팀의 저력이다.

위기 극복의 원동력은 ‘잇몸’들이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말처럼, 지금까지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 연일 활약하며 우리은행을 지탱하고 있다. 베테랑 김정은이 중심을 잡고 버텨주는 가운데 김소니아가 공수 양면에서 그야말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4경기에서 평균 37분4초를 뛰며 평균 20.5득점(2위) 리바운드 11개(3위)를 기록 중이다. 공헌도에서도 160.20점으로 2위 박지수(KB·157.90점)을 앞섰다.

21일 삼성생명전 79-64 승리를 이끈 김진희(16득점 7어시스트 3스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시즌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설움을 털어내듯 박혜진의 공백을 메우며 위성우 감독의 칭찬을 받았다. ‘기대주’ 박지현 역시 성장세가 도드라진다. “박혜진이 없는 상황이 박지현에게 기회”라는 위성우 감독의 말처럼, 그는 올 시즌 4경기서 평균 17.5득점, 10.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지난 2시즌에 비해 크게 좋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팀의 중심이자, 건강한 상태였다면 결코 전력에서 제외시킬 수 없는 선수가 부상으로 빠진 위기 상황. 그러나 위성우 감독은 불가피하게 맞닥뜨린 위기 상황을 역이용해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잇몸까지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동행복권파워볼

[일간스포츠 조연경.박정선]

특별한 신인이다. 서른 살에 연기에 입문해 한국 나이로 마흔 셋이 되는 해에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름처럼 맑은 앞날이 펼쳐진 배우 강말금(41)이다.지난 6월 열린 제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김초희 감독)’로 영화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뭉근하게 졸여낸 딸기잼처럼, 은근하게 웃음을 선사하는 이 영화에서 능청스러운 연기로 주인공 찬실이를 표현했다. 실제로 찬실이라는 인물이 어딘가 살아 숨 쉬고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을 줄 만큼, 리얼한 생활 연기를 펼쳐 극찬받았다. 판타지적 요소 또한 가진 작품이지만, 현실에 발붙여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강말금의 생활 연기가 큰 공을 세웠다.대체 어디서 무얼 하다 이제서야 나타난 신인일까. 그 사연을 듣자면 영화 한 편, ‘인간극장’ 뚝딱이다. 부산 출신으로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시절 연극 동아리 회장을 맡았으며, 대학교 졸업 후에도 선뜻 배우가 되려는 결심이 서지 못해 매일 방황했다. 그러다 서른 살에 극단에 들어가 별별 일을 다 해봤고, 마흔 살에 ’82년생 김지영’ 김도영 감독의 단편 영화를 찍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난 이가 찬실이다. 버텨내는 낮과 고민하는 밤을 10여년 보내고 나니 배우로 불릴 수 있게 됐다.강말금과 백상 이후 넉 달 만에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자서전 하나 나올 만큼의 서사를 가진 그이지만 알고 보면 그냥 옆집 언니다. “소주는 마치 헤어진 애인 같다”며 소주잔 비우기를 멈추지 않았고, “다이어트 해야 한다”면서 요즘 즐겨 하는 ‘홈트’를 소개했다. 얼마 전에 배우 배두나를 만나서 전화번호를 교환했다며 자랑했고, 동네 뒷산 산책의 즐거움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마무리로는 연애 상담까지. 배우이자 옆집 언니 강말금과의 취중 수다는 밤까지 끝나지 않았다.

-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이 얼마나 되나요. “소주 한 병입니다. 더 먹으면 탈이 나요. 안주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해요. 소주는 감자탕이나 곱창전골과는 많이 마실 수 있어요. 그렇게 먹으면 두 병 넘게 마셔도 다음날 탈이 잘 안 나요. 사실 소주는 어떤 안주랑 먹어도 잘 어울리긴 하지만요.(웃음) 제가 어느 해부터 장염에 매년 걸리더라고요. 이상하게 소주와 함께 장염이 와요. 그래서 소주는 질척거리는 헤어진 애인 같달까요. 정말 좋아하는데 탈이 나니까 계속 질척거리기만 하게 되네요.”

-연극 하던 배우들은 또 술과 떼려야 뗄 수 없죠. “항상 연극 연습 끝나고 나면 술이 먹고 싶더라고요. 30대 때에요. 영원히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하하. 지금은 조심하면서 마시려고 하죠. 황석정 언니, 이정은 언니와 연극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엄청 자주 술 마신 기억이 나네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누군가 그 술값을 냈겠죠? 거기서 저는 배우가 아니라 조연출이었는데, ‘저 친구가 마음고생을 했겠구나’란 생각을 했나 봐요. 언니들이 술도 많이 사주시고, 많은 사랑을 줬어요.”

-영화에서 찬실이를 보다가, 시상식장에서 만난 여배우의 아름다움에 깜짝 놀랐네요. “저도 놀랐어요.(웃음) 오랜만에 숍에 가서 단장을 좀 했어요. 드레스는 스타일리스트가 골라줬고, 여러 개 중에 제가 최종 선택했어요. 그런 큰 자리는 처음이었어요. 조심스러웠죠. 저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성격이에요. 젊었을 때 그런 자리에 갈 수 있었으면 설레고 신났을 텐데, 지금은 ‘소소한 게 좋다’는 대사처럼 집에 있거나 친구랑 맛있는 거 먹는 게 좋아요. 지금은 ‘대외적인 자리에 가면 까불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찬실이와 달리 차분한 성격인 것 같아요. “원래 차분한 사람을 감독님이 찬실이로 만든 거예요. ‘제가 이런 성격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을 정도예요. 감독님은 해이고 저는 달이에요.”

-연기를 뒤늦게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대학 2학년 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어요. 저는 부산대 국문과를 나왔는데, 잘 사는 집안의 딸도 아니었고 아버지도 아프셨어요. 당시엔 제가 배우를 한다고 하면 모든 사람이 하지 말라고 했어요. 정확한 캐릭터가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배우를 하겠다는 말을 저 자신에게도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대학교 4학년이 됐을 때, 극회 회장을 하고 있어서 그 맥락으로 부산에서 연극을 하는 분들을 알게 됐어요. 문화 기획을 하시는 분이 같이 일하자고 한 적도 있고요. 쉽게 도전하지는 못했죠. 한 달 수입이 일정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 집에서는 월급을 받는 일 이외의 직업은 상상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언니가 혼자 돈을 벌었어요. 제가 연습을 하러 가던 길에 엄마가 ‘못 간다’고 해서 결국 연습을 못 가고 기회가 끊어졌어요. 이후에 그냥 취준생으로 살다가 150만원 월급을 준다고 해서 무역 회사에 입사했죠. 퇴근 시간만 기다렸어요. 150만원을 시급으로 계산했더니 당시 아르바이트 시급보다 많은 거예요. 그렇게 버텼어요. 괴로움 속에서 밤마다 술을 먹었어요.(웃음) 입사 후 6개월 후에 회사를 그만두려고 생각하니 ‘한 달에 적금을 얼마 넣고, 얼마를 지출하는지’가 이미 다 정해져 있더라고요. 엄마가 정말 행복해하면서 아침마다 갈비 구워주는 얼굴도 기억이 났고요. 그 회사가 1년 반 후에 문을 닫았고, 그다음 회사에 가서 또 1년 반을 다녔어요. 그때도 매일 술 마시고, 당시 남자친구가 ‘도저히 안 되겠다’면서 헤어지자고 한 적도 있어요. 하하하. 눈물 병이 굉장히 커졌어요. 회사 갈 때마다 눈물이 나면 한 바퀴 휙 돌면서 눈물 닦고. 먹는 걸 좋아하는데 밥도 안 먹었어요. 같이 일하던 소장님에게 ‘내가 이 상태론 그만둬야 하는데, 그만둘 힘이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소장님이 절 이해해주시고, 다음날 ‘서울에 자리가 하나 났는데 가라’고 해주셨어요. 그렇게 서울에 와서 1년 반 넘게 일하다가 서른살 되던 해 2월에 그만두고, 극단에 메일을 보내서 들어가게 됐어요. 정말 행복했어요. 근데 들어가서 알았죠. 이제 시작이라는 걸.(웃음)”FX시티

-극단 생활은 어땠나요. “극단에서 저는 숙소 생활을 했어요. 복지가 좋은, 이상적인 극단이었어요. 제가 극단 무대에서 본 배우는 3명 정도에요. 근데 그 숙소엔 13명이 있었어요. 계속 연습생처럼 있던 사람들이죠. 그래서 놀랐어요. 연기 수업을 많이 하는 극단이었는데, 서울말 억양 하나 정도 연습해서 연기하던 사람인데, 진짜 여러 서울말을 연습했어요. 얼마나 어색했겠어요. 선생님이 대사를 하나 주고 사람들 앞에서 읽어보라는 거예요. ‘이런 게 극회 출신의 비극이다’라는 평을 들었어요. 그 이후로 또 1년 동안 입을 잘 떼지 않고 술로 세월을 보냈죠. 하하하. 거기서 2년 반 동안 있었어요. 대사 있는 역할은 한 번도 못했어요. 좋은 연극을 많이 하던 곳인데, 극단 사정이 점점 안 좋아졌어요. 대학로에 가면 끊임없이 새로운 연극을 하는데, 그게 참 힘들어요. 저희 극단은 좋은 고전 같은 연극을 하나 만들어서 계속 변형을 하고자 하는, 이상이 있는 곳이었어요. 제가 있을 때 배우 두 명을 유학 보내주기도 했어요. 근데, 지원금이 잘 안 들어온 거예요. 상황이 어려워지니까 배우들도 아르바이트를 나갔어요. 저는 ‘스펀지’라는 예능프로그램에 재연 코너를 나가게 된 거예요. 가서 한 번 찍었는데, 두 번째는 주연으로 부르더라고요. 극단에서 변변한 역을 못하다가 TV에 나갔더니 좋은 거죠. ‘이게 가능하다. 내가 아무것도 못하는 줄 알았는데 이걸 할 줄 아네’라고 생각했어요. 필름메이커스라는 사이트에서 지원을 해서 그 해만 단편 영화 10편을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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